이야기하고자 하는 욕구는 죽음과 맞닿아 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기로 마음먹고 블로그는 내 일상과 떨어진 이야기를 쓰고자 마음먹었지만 마음먹은 대로 항상 되는 것은 아니지. 결국 글을 쓰는 것은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고 쓰는 것 같다.

최근 한 달 가량 동안 여러 가지 일들 덕분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느낌이 계속해서 든다. 마치 언젠 가의 겨울을 연상시키는 느낌. 그때보다는 나이를 먹었는지 아니면 절실함이 덜 한 것인지 물속을 걷는 이상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며칠은 그냥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며칠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연구실에서 밤새 게임을 하며 지새웠다. 아직도 나는 기분대로 사는 것을 좋아하고 냉정한 상황판단은 내리되 결정은 감정이 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조금은 지쳤나보다. 일상생활에 아주 큰 지장을 받지는 않기에 나름 괜찮지만 한편으로는 서글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슬픈 것 같다.

연구실에 들어온 지 한 학기가 지나고 어느새 다음 학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주에 한 번꼴로 하는 연구실 세미나도 처음보다는 익숙해져서 예전보다는 나아진 듯하지만 여전히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것은 그대로이다. 세미나 덕분에 담배도 늘어서 이제는 어디 가서 얼마 안 피운다고 말도 못 하게 생겼다. 금연을 간혹 시도하지만 며칠 못 가고 다시 입에 담배를 물게 된다. 강한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끊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문제는 이 망할 놈의 주식 연구 때문인가?

다음 학기에는 교수님께서 안식 학기를 마치시고 수업을 재개하신다. 자연스러운 순서로 내가 수업 조교를 맡게 되었다. 예전 강의 자료와 조교 수업 자료를 살펴보며 어떤 식으로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을 조금 하였으나 결국엔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조교 수업 자료만 새로 만들고 과제는 예년과 같게 가지 않을까 싶다. 훌륭한 조교가 되고 싶으나 결국 욕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애초에 조교와 학생들 사이의 거리가 멀지 않아야 할 것 같은데 대부분의 학생은 09 학번일 테고 나는 06 밑으로는 아는 학생이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집이 이대 쪽으로 이사한 지 어느덧 두 달 가까이 되어간다. 새로 이사 온 집은 내가 여태껏 살아본 곳과는 격을 달리한다. 내 방에서 꼽등이가 처음 출몰했을 때는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꼽등이는 매우 젠틀하다. 내가 공격하기 전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에 에프킬라를 방 밖으로 나가서 들고올 때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는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무장한 녀석이다. 물론 가끔 침대 옆의 벽을 타고 흡사 메탈 기어 솔리드를 찍는 것 같은 기분을 내는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그까이꺼 침대를 쭉 빼고 에프킬라를 뿌리면 제압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꼽등이가 신사적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대 바퀴벌레의 습격을 받고 나면 꼽등이가 젠틀하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으리라. 내가 예전에 인도에 살 때, 그곳의 바퀴들은 무척 컸고 날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거대 바퀴들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에 책상 앞에 앉아서 벽 뒤의 원인 모를 바시락 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내 뒤에서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는 소리가 났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는 찰나에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는데 내 생각엔 그 엄청나게 큰 소리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언가 내 팔에 착륙. 당연히 반사적으로 팔을 휘둘렀는데 바닥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바퀴벌레. 이놈이 정신이 나갔는지 밝은 방에 앉아 있는 사람을 향해 날아와서 팔에 붙은 거였다. 대략 내 집게손가락 정도의 크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놀라서 방 밖에서 에프킬라를 들고 와서 이거 못 잡으면 나는 잠을 잘 수 없다는 마음으로 방으로 돌아왔는데 어디에 숨었는지 찾는 건 의외로 간단했다. 워낙 뚱뚱해서 그런지 움직일 때 바시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거다. 책상 밑을 지나는데 세 쌍의 다리가 움직이면서 장판 위를 재빠르게 훑는 소리가 드르륵 하고 들리는 상황에는 진짜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다. 결국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마치 고스트버스터즈가 된 느낌으로 미칠 듯이 에프킬라를 뿌려서 결국 배를 보이고 다리를 미친 듯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여기까지 확인하고 차마 잡지는 못하고 담배랑 지갑만 집어들고 새벽에 밖으로 무작정 나갔던 것 같다. 이후로 몇 차례 비슷한 크기의 바퀴벌레를 목격할 수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틈새를 많이 봉쇄 해서 이제는 덜 보이지만 아직도 '간만에' 집에 돌아가면 방에 들어가기 전에 벌레가 있는지부터 확인을 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내가 술이 정말 약함에도 술을 좋아하는 것은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원체 극히 좁은 나의 관심 분야 외에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주로 듣는 위치이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편을 내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다만 술을 마실 때에는 더 말이 많아지는데 이러한 변화를 즐겨서 술을 좋아하나 보다. 지금 글을 쓰는 것은 술에 취하지는 않았지만 밤을 새우고 새벽이 밝아오면서 오는 몽롱함과 금연 후 담배의 '한방에 훅 가는' 느낌에 취하여 쓰는 것이니 크게 다르지는 않으리라.

결국엔 오늘도 별 의미 없는 글을 써내려가는구나.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아 술이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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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Replies
kindone :

후덜덜하군?ㅋㅋㅋ

2010-08-22 10:49:40
kek :

곱등이 하니까 http://fmkorea.net/5751472 요거 생각나네요 ㅋ

2010-08-22 11:13:42
일념 :

2010-08-22 13:08:37
飛烏 :

술 사줘 or 술 먹자

2010-08-23 11:48:41
dgoon :

이거 왠지 ... 고등학교 문학책 어딘가에서 봤던 제목인듯? 천일야화 이야기였던가 ... ?

2010-08-24 16:44:26

kindone // 후덜덜하지
kek // ㅋㅋ 나도 저거 보고 웃었는데
일념 // 형이 쏘시는거죠?
비오 // 잘 먹었습니다
dgoon // 학교 다닐 시절에 본 글의 제목은 맞아요. 그걸 노리고 쓴거고.

2010-08-25 02: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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